1-6. 장자, 내편 - 덕충부 <5> 변명 그리고 설명 : 이정

    글을 고치고 또 고친다. 쓰면서도 읽기싫은 글을 쓰고있다. 내가 하고싶은말들이 아닌, 겉으로 빙빙도는 말들이 나온다. 사실 요즘에는 하고싶은말이 별로 없다. 이렇게 살으란 말도 저렇게 살고싶단말도 그저 만족했기 때문도, 포기했기 때문도 아니니라.

    이글이 내가 쓰고싶은 글이다. 나는 왜 글을 쓰고싶지가 않은걸까? 왜 도망가거나 그저 숨어있는걸까? 그렇다면 글을쓰기 싫은데 왜 이글을 끄적이고 있는걸까?

    수요일, 덕충부를 한번 읽고나니 인간세와 같은 막막함이 다가온다. 내가 과연 이글에 대해서 무엇을 말하고 무엇을 얘기할수있을까? 너무 당연한 말들, 말마따나 당연히 남을 넓게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덕이 있으면 좋다. 서로 좋게좋게 행복하게 살아갈수있으니깐, 그리고 그러한 덕들은 외면으로 나온다는말, 당연하다. 서로 좋게좋게 행복한 시간을 보내면 보낼수록 더많이 웃고 더많이 즐길테니 그러한 습관의 행동들은 시간이 흘러가며 실제의 몸에 천천히 축적되기 말련이다. 눈가의 주름과, 편안한 자태 그리고 열려있는 동공을 통해말이다.

    목요일, 일하는 동안에 하루종일 덕을 생각했다. 그리고 그것에 대하여 어떠한 글을 쓰면 좋을지, 멍하니 엘레베이터를 기다리며 이런저런 생각을 돌려본다. 내 주위에서 덕이충만하여 그것이 외부로 흘러나오는 사람에 대하여 묘사를 해볼까, 그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행동하며 또 사람들은 어떻게 반응하는지 적어볼까?, 아니야, 조금더 내 삶에 밀접한 이야기를 해보고싶어. 그런데 덕이라는게 뭐지? 나는 그덕이라는것에 대해서 무슨말을 할수있는걸까?- 저녁 늦게 일이 끝나고 횡단보도에서 신호등을 기다리는 찰나의 시간, 다짜고짜 동료에게 전화를걸었다. 내일 나 대신좀 나가달라고, 시간이 문제일까 싶었다. 

    금요일, 몸이 피곤했는지 잠이온다. 점심쯤일어나 밥을 먹고, 다시 잠을 잔다. 그렇게 한참을 뒤척이다가 4시쯤일어나서 천천히 노트북을 켜고 글을 쓰려한다. 쓰기전부터 막막하다. 어디서 나오는지 모르는, 어쩔줄 모르는 부담감이 나를 압도한다. 그래도 적어본다. 덕이란 무엇이며, 덕이있는 사람들과 덕이없는 사람들의 비교 그리고 겉보기엔 덕이있는 사람들이 계산적 측면에서는 손해를 보며 사는것 같지만 앨빈토플러가 말하는 심층기반의 관점에서 보면 덕이있는 사람들이 훨씬더 얻어가는게 많다라는 사실, 덕이있는것은 흥하는 것이라 적는다. 그리고는 바보같이 내동생이름이 덕이라는 사실을 떠올리며 나와 덕이의 성장과정속에서의 대비를 통해 정과 덕을 구분해내려고 한다. 물론 우스갯소리지만 말이다.

    그런데 이렇게 글을 적고나니 이글을 보여주고싶지가 않다. 그냥 숨이 턱끝에 막혀있는 기분이든다. 벌써 천천히 글을 써내려간지 3시간째, 글은 진전이 없고 부담감은 커지며 이글을 통해서라도 어떻게든 면죄부를 얻고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내가 죄를 짓는것은 아니지만, 이상하게 철학세미나를 처음시작하고 부터 글을 쓰고 또 흡족한 이야기들이 오고가고부터는 글에대한 강박관념이 생겼다. 그때 그 만큼은 써야하는데, 그때만큼은 시간을 할애해서 좋은 정신을 가지고 글을 써내려가야 하는데하며, 나를 채찍질한다. 내가 만일 사냥꾼이라면 채찍질을 통해 그전만큼의 능률을 내는것이 가능할텐데 나는 몽상가다. 채찍을 때리면 때릴수록 말을 들어가고 몸을 웅크린다. 그리고는 생각의 문을 닫아버린다.

    벼러별 생각을 다해본다. 글을쓰지 않아도 좋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렇게 내가 글을 쓰고 있는 까닭은 글을 쓰지 않으면 안된다는 생각때문이다. 지금 이 둘의 생각은 서로 상충하고 있는데, 글을 쓰지 않아도 좋다는 생각은 무엇이냐하면, 책을 그저 책으로 읽고 그대로 이해했기때문에 굳이 글로, 쓰고싶지 않을글을 쓰는 그런 만행을 저지를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다. 글을쓰지 않으면 안된다는 생각은 인간세와 마찬가지로 후기작성도 안한 내가, 세미나를 위해 처음부터 도움을주고 또한 먼거리에서 삼청동까지 와주는 범석이와 지원이에 대한 미안함과, 그저 귀찮아서 혹은 다른일 하느라 안쓴거 아닐까라는(?) 나도 쉽게 판단되지않는 의심의 눈초리를 피하기 위함일 것이다.

    실제로 나는 시간이 있다. 그리고 덕충부를 읽었다. 그런데 글을 쓰고싶지가 않다. 그렇다고 덕충부가 심히 어려운 내용을 담고있지않다. 그런데도 나는 내가 왜 글을 쓰고싶지 않은지 모르겠다. 글을 잘써야하는 부담감인지 기한때문인지, 쓰고난 글에대한 다른사람들의 시선때문인지. 아니면 귀찮은건지. 아니면 할말이 없는건지. 아니면 중요한것이 아니라 생각하는것인지 나도 모르겠다. 이미 생각들은 가지를 뻗어 나조차도 감당이안될정도의 뿌리를 심어나가고있다. 마치 자폐아가 된 기분. 나는 지금 이글을 대부분 변명과 내가 이만큼의 시간을 철학세미나에 할애하고있으므로 너희들에대한 애정과, 또한 내가 기본적으로 해야할 직무에대하여 유기고하고있는것이 아니라는것을 표하기 위해 쓰고있는것 같다.

    아니면, 그게 아닐까싶다. text를 text로 읽어야 된다는 말을 요즘 몇번 들었다. 들을때마다 어버버하며, text를 text로 읽으면 굳이 책을 읽을 이유가 뭐가있는걸까?라는 생각도하다가, 또 한번 text를 text로 읽어보니 굳이내가 할말이 있는것 같지도 않고, 또한 글을 쓸때도 나만이 이해할수있는 글이 아닌, 정확히 구별되고 정의되어진 언어로 글을 쓰라는 타박도 들었는데, 그래서 그런지 준비가 되지 않은 나는 섣불리 글을 내뱉을수 없는것 같다. 일종의 방어기제인 것일까? 망할, 나는 이해할수있고 납득할수있다. text를 text로 읽고서 그것을 기반으로 토론과 토의를 통해 제 3의 곳으로 나아가는것, 그리고 나만이 이해할수있는 언어가 아닌 모두가 이해할수있는 언어와 구별되고 정리되고 정의되어진 언어로 글을 써야하는 것에 대한 필요성을 말이다. 다만 예전에는 그러기가 진실로 싫었다. text에 온갖 나의 생각과 상상을 집어넣고 내 멋대로 책을 읽어내는일 그것이 나의 삶의 과정속에는 더욱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그렇게 책을읽으며 내 생활을 정리할수있었다.

    둘째로는, 너무 당연한 말이지만, 내가 굳이 고치려고하지 않고 노력하지 않는 이유는, 세상에서 중요한것은 디테일이 아니라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덕과, 자연과 하나되는 마음 그리고 나를 알고 남을 아끼고 사랑하며 서로를 위하는, 너무 쉽다. 하지만 이런것을 행하지도 못한 채 디테일로 들어가 어떤 정의나 혹은 시비를 가리는 일은 기지도 못하면서 날려고 하는것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둘째의 둘째, 인간이라는 것이 생명이라는 것이, 아직도 신비한것 투성이다. 이미 알다시피 어디서 왔는지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지만 또 내가 알고 모르는 것을 담고있는 존재가 나와 함께라는 사실또한 혼란인것이다. 그래서 감히 규명된 언어로, 규정되고 정의된 언어로써 사유하는 일은 이 신비속의 가능성을 헤치게 되는 일이 많았었다고 느꼈고, 그렇기 때문에 오백원짜리 언어보다는 천원짜리 감을가지고 오만원짜리 엔진을 굴려보는 일을 계속하게되니, 감성적이고 추상적인 글들만 쓸수있었던 것이다. 그래봐야 이미 글이라는 필터기로 여과된 찌꺼기인데 말이다.

    아무튼, 그렇게 생각했었다. 그리고는 공부하지 않았고 감으로만 파고들었으며 그래서 내가 이해할수있는것의 스펙트럼은 넓어졌지만 이해한것을 다시금 재표현하는 스펙트럼은 고자리라, 상대방과의 소통속에서 늘 답답함과 함께 찡찡거릴수밖에 없는 상황들이 만들어졌다. 그리고 나는 물론 아직도 감으로써 사유해봐야할 많은것들이 세상 도처에 널려있지만 이쯤에서 실제 객곽적인 도구를 통해 표현하고 소통하는 작업에대한 공부또한 병행해가야겠다는 판단을 하게되었다.

    하지만, 시간이없다. 누군가는 시간을 쪼개고 쪼개서 시간을 보내지만, 나는 시간을 쪼개지 않는다. 실제로 나는 이후의 삶에서 필요한것들은 프로젝트식으로 한두달의 온전한 시간을 가지고 내 모든것을 부어낼 형태의 삶을 구체화하고 있는데, 의 . 식 . 주 에대한 확인이 끝나는 동시에 적어도 3달이라는 시간동안은 철학과 역사를 더불어, 본질적이고 근원적인것들의 책속에 파묻혀 공부할 생각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러한 시간이 아니다. 빨라야 내년정도에 그러한 시간을 가질 수 있을것같다. 이것은 뭐, 그들도 그들나름 살아가듯 나도 천천히 내 에너지의 발산형태를 관찰한 나의 결과들속에서 만들어진 시스템이므로 더이상 할말이 없지만, 이런 말을 함으로써 내가 글을쓰기 싫어하는 이유를 조금은 설명하고 변명할수있지 않을까 싶었다.

    그러니깐 나는 내 머릿속의 정신은 조금더 고매한것들을 천천히 풀어내고싶지만, 내가가진 필터기는 좀 구린것이라 글을 쓰기가 싫은것 같다. 암쏘쏘리..... 하지만 진실로 장자가 말하는 덕충부, 이해할수있다는...사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