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장자, 내편 - 덕충부 <3> 덕 : 하상현

    현대의 심리학자들은 ‘중독'이 우리가 알고 있던 마약중독이나 성중독과 같이 특정한 경우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사소한 생활양식, 예컨대 모든 것을 정돈하려는 강박증, 특정인을 봤을 때 비슷한 패턴의 생각을 하고 감정을 느끼는 것 등, 마약중독부터 일정방식의 생각의 패턴을 가지는 것 까지 광범위한 인간의 상황들이 모두 중독의 특질을 가질 수 있음을 발견했다.

    나 또한 수많은 합리화에 패턴에 중독되어있고, 이런 정신의 의지가 없는 상태에서 몸의 중독메커니즘에 따라 자유롭지 못한 상태에 있게 되는 것이 대부분인 것 같다. 글을 쓰기가 항상 두려운 것은 아직까진 나에게 글을 쓴다는 것이 중독을 벗어난, 자유와 의지의 영역이기 때문인 것 같다. 본문에서 ‘재질’을 지킨다는 표현이 이와 같지 않나 싶다. 인간의 여러 조건에 흔들리지 않고 우리 본연의 마음을 지키는 것, 여기서 인간의 여러 조건은 사회 부조리가 될 수도 있고, 다른 사람과 마찰일 수 도 있고, 내 자신을 둘러 싼 끊임없는 중독과 무너짐을 인식하는 것일 수도 있다. 그것들 하나하나가 작은 나라는 존재에게는 너무도 견디기가 어려운 일이다. 이런 것들을 있는 그대로 내버려두고 ‘나’라는 자의식에서 풀려난, 나의 본연의 마음을 찾아갈 수 있을까?

    본연의 마음을 찾아가는 것은 생각보다 우리가 하고 있는 일인 것 같다. 철학세미나를 하면서 대화하고 생각하는 활동들 자체가 우리의 의식들을 발견하고 스스로 인식하는 일이다. 그러나 어려운 점은 내가 항상 그럴 수 가 없다는 점이다. 하루 자고 일어나면 또 다시 나 본연의 인간 상황들에 감싸져서 정신을 차릴 수도 내 의식을 할 수도, 그 의식대로 행동할 수도 없다. 

    글을 쓰다 알아차린 사실은 나는 자의식이라는 말과 자기 본연을 인식하는 말을 혼용해서 썼던 것 같다. 추남 애태타의 이야기에 비추어 보면 인간은 무의지의 상태, 의지의 상태, 자의식을 넘어선 상태 이렇게 나눌 수 있을 것 같다. 내가 말하는 무의지의 상태는 중독과 인간 개인의 한계, 외부 상황들에 휩쓸리는 상태이다. 의지의 상태는 그것들을 벗어나 자신의 의지로 무언가 일을 하려는 상태이다. 중요한 점은, 자의식을 넘어선 상태는 무의지나 무의식의 상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것은 의지가 없는 상태라기보다 순수한 의지의 상태에 가깝다. 자신의 사익이나 집착에 근거하지 않은 의지의 상태가 자의식을 넘어선 의지의 상태이다.

    나는 글을 쓰거나 미술을 할 때 이런 자의식을 넘어선 의지의 상태를 느낀다. 물론 완벽하게 사익이나 집착이 없다고 할 수는 없으나, 그 순간 자체는 그런 생각 없이 의식을 드러내는 행위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깨닫는 것은 이런 글을 쓰거나 미술을 하는 행위가 온전히 나로부터 오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다. ‘나’라는 것은 시시로 변하는데 글을 쓰는 것이나 미술이라는 것은 어느 순간의 나를 드러내는 것이고 이것은 온전히 나로부터 온다고 할 수 없음을 느낀다. 글이나 미술의 형태로 기록한다고 해서 ‘나’라는 존재에 그것이 영원히 붙어있다고 느끼지 않는다. 시간이라는 매개가 그것들이 나로부터 왔다는 확신을 점점 흩어 놓음으로써 알 수 있는 사실이지만, 글과 미술을 제작하는 순간에서 조차 잘 생각해보면 그것은 나로부터 오는 것이 아니다. 

    장자에서 애태타의 두 가지 면모를 이야기하는데 첫 째는 자의식에서 완전히 풀려나 물과 같은 사람이라는 것이다. 이는 지금 내가 느끼고 있는 ‘자신’의 개념과 비슷한 것 같다. 사람이 자신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은 고요하고 순수한 상태, 주변의 생각들이나 상황들을 그때마다 받아드려서 자신을 변화시키기도 하고 다시 돌아오기도 하는 상태인 것 같다. 두 번째 애태타의 면모는 양행을 하기에 태도가 모호하다는 것이다. 나는 나쁜 의미에서 양행이 습관화 되어있는 사람이었던 것 같다. 정해짐이 없고 이리저리 혼란스러워 하다가 결정해야한다는 강박에 쌓여 어물쩡한 결정을 내리는 것, 혹은 확신에 차있는 것처럼 착각에 빠지는 사람이었던 것이다. 장자가 말하는 양행하는 사람, 아무것이나 함부로 분명하게 맺고 끊는 일이 없어 여유 있고 융통성 있는 사람이 어떤 것일지 좀 더 생각해보고 싶다. 그것은 함부로 맺고 끊지 말아야할 것은 그러지 말고, 맺고 끊어야 할 부분은 그럼에도 맺고 끊는 것인데, 나는 반대로 하고 있지 않았나하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