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장자, 내편 - 양생주 <2> 생명을 북돋는데 중요한 일들 : 김지원

    '양생'은 동의보감의 핵심 단어이다. 양생이란 무엇인가, 생명을 붇돋는 것. 자연의 이치에 따라 살아가는 것이다. 자연의 이치라는 것은 무엇인가. 우리는 왜 그것을 따르며 살아가야 하는가. 자연의 이치란 끊임 없는 순환과 변화이다. 지구는 태양을 돈다. 태양은 태양보다 더큰 어떤 것을 돌고, 또 그 어떤 것은 그것보다 더 큰 어떤 것을 돈다. 우리의 몸 속에 있는 원자도 계속해서 돈다. 돌고 도는 이것이 순환이다. 또한 매순간 죽고 다시 태어난다. 그것이 변화다. 우리 몸은 가만히 있어도, 가만히 있는 것이 아니다. 매순간 죽고, 매순간 다시 태어나는 변화의 과정 속에 있는 것이다.

"천지간에 사람이 가장 귀한 존재다. 머리가 둥근 것은 하늘의 형상을 닮은 것이고 발이 네모난 것은 땅의 모양을 본 뜬 것이다. 하늘에 사시가 있듯이 사람에게는 사지가 있고, 하늘에 오행이 있듯 사람에겐 오장이 있다. 하늘에 육극이 있는 것처럼 사람에겐 육부가 있고, 하늘의 팔풍은 사람의 여덟 관절과 연결 되어있다.(...)하늘에 비와 이슬이 있듯 사람에겐 눈물과 콧물이 있으며 하늘에 음양이 있듯 사람에겐 한열이 있다. 땅에 샘물이 있듯이 사람에겐 혈맥이 있으며, 땅에 풀과 나무가 있듯 사람에겐 털과 머리칼이 있다. 이 모두는 사대와 오상을 천지로부터 부여받아 그 기운을 합쳐 잠시 형체를 이룬 것이다" ㅡ동의보감, 내경편

    사람은 우주와 같다. 우주의 원리와 같이 움직인다. 그렇기 때문에 우주처럼 살아야 하는 것이다. 사람이 암에 걸리는 이유는 무엇인가. 암이란 우리 몸 속에 있는 세포가 죽어야 할 때에 죽지 않고, 무리를 이뤄 더 살기 위해 막을 형성하며 생기는 것이다. 자연의 이치에 따르지 않으려는 세포들의 움직임이 만들어내는 병인 것. 죽어야할 때에 죽지 못하고, 살아야할 때에 살지 못하면 그것이 병이 된다. 그래서 동의보감은 말한다. '삶을 바꾸면 몸이 바뀐다', 혹은 '몸을 바꾸면 삶이 바뀐다'. 그래서 삶을 자연의 이치에 맞게 바꾸면, 그 몸이 건강해지고, 몸이 건강해지면 다시 삶이 건강해지는 것이다.

    집착이나 탐욕, 뭐 그런 것들을 버려내는 삶. 모두 버려낸 상태를 동의보감에선 '진인'이라 부른다. 그것은 곧 신선.

내일 신선이 되기로 예정되어 있는 사람이 있었다. 신선은 몸무게가 0이어야 한다. 그 말은 즉 그 어디에도 잡념이 있어서는 안된다는 것. 그런데 이 사람이 생각했다. '아, 어서 신선이 되고 싶다'. 그 사람은 신선이 못됐다. ㅡ박제가

    과장된 이야기겠지만, 어쨌건 지금까지 장자가 말해왔던 삶이 조금씩 구체화 되고 있는 것이다. 자유로운 경지의 노님, 물을 쓸모로 보지 않을 때에 비로소 만물에 쓸모가 생기는 것, 그리고 이제 자연의 이치. 동의보감에서 이야기하는 양생과, 장자의 양생은 다른것이 아니다. 모두 자연의 이치에 따라 움직이는 것을 이야기 하고 있으며, 모든 문제들은 자연의 이치에 어긋날 때 부터 비롯된다. 자유로운 경지의 노님 또한 자연의 이치에 따르는 것이고, 물을 쓸모로 분별하지 않는 것 또한 자연의 이치요, 자연의 이치를 따르면 건강해지는 것은 당연한 것이 된다. 그럼에도 사회는 참 많은 것들을 '부자연스럽게'만들어 놓았다. 변화하고, 순환해야하는 삶을 고정되고, 안정된 삶을 추구하도록 만들어 놓았다. 우린 매순간 '무엇인가가 되기를' 강요당하고, 그렇지 못한 삶에 대한 자신감이나 의욕을 잃었다. '무엇인가'가 되지 않으면 필요하지 않은, 쓸데없는 무언가가 되어버린 것이다. 

    아, 나의 두려움 또한 모두 꾸며진 것들에서부터 비롯된 것이었다. 나 또한 두려움이 여전하다. 없다고 하면, 그건 거짓말이다. 나도 내가 대학을 안간 것이 가끔 두렵고, 나도 내가 어떻게 살아야하는지 여전히 불안하다. 가끔 깊은 혼란에 빠지기도 하고, 때론 울고싶기도,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잠만 자고 싶기도 하다. 조금만 더 생각해보자. 자연에 따른 우리의 이치는 무엇인가? 순환과 변화. 우린 매 순간 끊임 없이 죽고 태어나며, 버리고 얻으며, 잠들기도하고 깨어나기도한다. 특히나 젊음이라는 것은 벗어나려하는 욕구의 연속이다. 벗어나야 새로운 곳을 향하고, 새로운 곳으로 가야 우린 또 벗어날 수 있으니까. 

    순환과 변화를 막고 가만히 잡아두려하는, 모든 아이들을 '안정'이라는 감옥으로 끌고 가려하는 곳에서 부터 벗어나야한다. 벗어나는 곳이 죽음이고, 죽음이 있은 뒤에야 새로운 삶이 있다. 내 삶이 안정되길 바라지 않겠다. 내 삶이 끊임 없이 죽어버리길 바라겠다ㅡ끊임 없이 새롭게 태어나길 바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