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장자, 내편 - 양생주 <1> 신민주

우리의 삶에는 끝이 있습니다. 아는 것에는 끝이 없습니다. 끝이 있는 것으로 끝이 없는 것을 추구하는 것은 위험할 뿐입니다. 그런데도 계속 알려고만 한다면 더더욱 위험할 뿐입니다. -141p, ‘삶에는 끝이’

3편 전체를 가로지르는 이야기 하나. 끝이 있는 것으로 끝이 없는 것을 탐하면 위태로울 뿐이라.

    이제 드디어 말문이 트인다. 그동안 요동치며 길을 잃고 굴러다니던 감정이 태풍 속에 가라앉았다. 어떤 것도 그대로 읽고, 이해하고, 생각할 수 없게끔 만들었던 안개가 걷혔다. 나는 지난 2주간, 혹은 그것보다 조금 더 긴 시간동안 사실 아무것도 받아들일 수 없을 만큼 허약해져 있었다. 음식도, 다른 사람의 말도, 책의 내용도, 싸늘해진 날씨도 나에게는 병을 일으키고, 울음을 터지게끔 하는 독이었을 뿐이었다. 무엇이 날 이렇게 약하게 만든 거지? 어쩌면 한두 가지 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을 만큼 내 삶의 모든 것이 엉켜있던 문제였는지도 모르겠다. 관계. 관계에 대한 집착, 기대, 바램, 실망, 방어 그리고 또다시 시작되는 기대. 연인을 묶어두고자 하는 것은 곧 관계가 변치 않기를 바라는 생각 때문이다. 그런 게 바로 변화하는 현실을, 무한히 변화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부정하고 묶어두려는 것이 아닌가. 3주간 수없이 앞으로 뒤로, 때로는 띄엄띄엄 장자를 읽어대면서도 내가 벗어나지 못했던 굴레가 바로 이것이었다. 

    인간관계에서 아름다움, 행복, 가능성, 삶, 이 모든 것을 한 번에 기대하는 것은 태풍 속에서 잔잔한 물결을 기대하는 것과 같다. 변하기 쉬운, 변할 수밖에 없는 것에서 변하지 않는 안정을 바라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삶이 언젠가는 끝나듯이, 관계도 언젠가는 끝이 난다. 인간은 언젠가 죽는다. 이 단순한 사실 하나 만으로 끝나지 않는 관계에 대한 염원은 부질없는 것이라는 것이 드러난다. 관계가 죽지 않는다 해도 인간은 죽는다. 관계는 영원할 수가 없다. 

    유한한 것은 비단 관계만이 아니리라. 인간이 만들고, 처하고, 지키고 싶어하는 모든 것들은 언젠가 결국은 끝나고, 변하는 것들이다. 

“......우리의 삶은 유한한데, 알아야 할 것은 무한하다. 유한한 삶으로 무한한 앎을 추구하는 것은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위험하다는 것이다." HUMAN, AFTER ALL. 우리는 결국 인간일 뿐이다. 알 수 있는 것도, 알 수 있다고 해서 이룰 수 있는 것도 우리가 살아있을 때 한 때 뿐이다. 

    포정 이야기. 세상 생긴 그대로 관찰하고, 받아들이고, 집중하니 뼈를 가를 일도, 건을 끊을 일도 없더라는 이야기. 감정도, 인간도 마찬가지이다. 본래부터 있는 ‘하늘이 낸 결’, 즉 인간이 어찌할 수 없는 주어진 자연, 상황, 현실에 대한 긍정이 필요하다. 

    나에게는 내 일상을 지배하고 있는 감정을 찬찬히 들여다보는 것이 필요했다. 하나의 관문처럼. 하지만 첫 번째 두 번째 자리에서 내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그 이유는 장자의 텍스트를 인간 삶의 한 부분일 뿐인 감정에만 포커스를 맞춰 이야기 하다보면 자칫 참새 같은 이야기들로만 새지 않을까 하는 걱정 때문이었다. 물론 삶에서 감정을 떼어놓고 생각하고, 이야기 하고, 살아가는 것은 불가능하다. 몸이 없이 생각만 둥둥 떠다닐 수 없는 것처럼.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요동치는 감정에만 집중해서 오히려 현실을 놓쳐버린다면 그것만큼 좁고, 힘든 세상은 없을 거다.

    변화를 긍정하고 차이를 받아들이고 시비를 잊다. 2장에서 건져 올린 장자의 조언. 삶을 변화시키지 못하는 철학은 죽은 철학이다. 나는 지난 2주간 장자를 죽였다. 결국 내가 이해하고, 받아들이려고 하고, 공감했던 모든 구절들이 일상은커녕 순간의 기분조차 티끌만큼도 바꾸지 못했으니까. 그런데 지금은 장자가 나를 살리고 있다. 유한한 것으로 무한한 것을 탐내면 위태롭단다, 아이야. 주어져 있는 것들을 누리렴. 나를 달래고 있다. 내 일상은 이렇게 조금씩 움직이고 있다. 항상 같이 했던 누군가를 떠나보내면서, 계획에 없었던 조언자를 만나면서. 그리고 제멋대로 생겨먹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일상의 변주란 이런 것이다. 삶이 재미있는 것은 바로 이런 것들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