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 방. 첫 번째. (정리 : 권민택)

'방' 세미나

성규, 악산, 택, 영복, 여원, 송이, 린코기린, 엘지, 준혁

- 저번 주에 이야기 했던 '미용실'은 왠지 에로틱했어요.
^얼굴만 드러난 상태에서, 몸을 두르고 있는 천 밑으로 뭘 하는지 모르잖아요. 그런 광고도 있었어요. 미용실에서 스타일링을 받고 있는 남자가 자위하는 것처럼 손을 움직여서 천을 치우고 보니까 안경을 닦고 있던 거에요. 안경 광고였죠.
- 저번 주 세미나 정리를 올리는데, 수위조절 때문에 올리지 않은 내용도 있어요. 이번 세미나는 수위 조절이 되었으면.
- 혹시 가족들이랑 같이 사는 집에서, 자기 방 문을 잠궈본 적이 있나요? 나는 25년 동안 부모님과 같이 살면서 가끔 집에서 혼자이고 싶을 때는 문을 잠궜어요. 중학교 2학년때부터.
^저는 제 방 문이 고장나서, 잠그면 밖에서 열어주지 않으면 방에 갇히게 되요.
- 저는 혼자 있는 것이 편해요. 나중에 결혼을 하고 나서 배우자가 그걸 받아들여 줄까요? 은밀한 자신만의 생각을 공유하고 싶지 않을 때도 있잖아요.
^문을 잠그면 그건 내 방 밖에 있는 사람에게 오지 말라는 신호여서, 저는 잠그지 않아요. 문을 잠근다는 게 어떤 건지 잘 모르겠어요.
^누군가 내 방 문을 벌컥 열면, 기분이 편하지는 않잖아요?
- 내 방에 있는 문은 어떤 구멍같아요. 내 방이라면, 내가 모든 것을 조절할 수 있을때 편안함을 느끼는데 문은 누군가 열 수 있으니까 그 자체로 어떤 불안함을 가져오는 것이죠.
^저는 문을 잠궈본 적이 없어요. 갈등을 만들지 않기 위해서요. 문을 다 열어 놓으면 그 집 자체가 제 방처럼 느껴집니다.
^화가 나서 고장난 문을 잠궜다가 그 방에서만 3일동안 있었던 적도 있어요.
- 방은 대체로 개인 공간이죠. 요즘에 보면 개인적 문화가 많이 생겨난 것 같아요. 까페도 방처럼 꾸민 곳이 많아지고.
-옛날에는 타인이 지켜보는 것을 신경 썼을까?
^더 엿보지 않았을까요?
^창호지는 소리를 막지 못해요. 그래서 사람이 있다는 신호로 헛기침을 했죠. 이웃네 숟가락이 몇개인지 안다라는 말은 그 시절 나온 말이지 않나요? 저는 방과 칸의 구별이 잘되지 않아요. 방과 칸.
- 도시에서 개인적인 문화가 많이 드러나고 있다는 것이 개인의 공간을 가질 수 있다는 기술력이 먼저 일까요? 아니면 개인적 문화에 대한 욕망이 먼저인걸까요?
^후자이겠죠. 안정감을 바라는 욕망이 상업적으로 드러나는 거죠.
- 그런데 과연 개인적인 문화에서 은밀한 공간들이 늘어난 것일까요? 전부터 그런 기능을 하는 공간들은 있었잖아요. 예를 들면, 물레방앗간도 그렇고요. 드러나는 형식이 조금 바뀌었을 뿐 늘어나진 않은 것 같아요.
^대놓고 드러나고 있는 걸 보면, 많아지는 게 아닐까요?
^공적인 목적은 다 다르죠. 하지만, 은밀한 공간으로써 기능할 수 있다는 암묵적인 합의가 있는거죠.
- 물레방앗간은 공공장소잖아요. 그런데 개인적 문화에서 만들어진 여러 '방'들은 들어가면 사적인 공간이잖아요?
^문학이나 시에서 등장하는 빨래터,물레방앗간과 같은 장소들은 공적인 공간이 사적인 공간으로 바뀐 것일까요?
^돈을 내고 빌린거잖아요. 친구가 dvd방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는데, 어느 방에서 영화가 멈추었데요. 그런데 그 방에서 아무도 나와서 영화가 멈췄다고 다시 재생시켜 달라고 하지 않는거에요. 그럴때 참 들어가야 할지 말아야 할지.
- 서비스를 받는 것이 그 방 자체인게 아닐까요. 내가 빌린 공간에서 내 시간을 보내는 것이 돈을 주고 서비스를 산 것이죠.
^옛날에 있던 기생집이 생각나네요.
-숙박업소는 잠을 자는 곳인데, 요즘 젊은 커플이 모텔을 가면, 주인장이 쉬고 갈 것인지 자고 갈 것인지 물어보잖아요.
정말 그 돈을 내고 쉬는 사람들이 있을까요? 숙박업소는 잠을 자러 가는 곳인 것만은 아니게 되었어요.
-만약, 없다가 새로 생겨난 것이라면, 사생활(여관, 그런 공간들)을 누리는 빈도가 늘어난 것인가요?
^유흥의 가짓수가 늘어난 게 아닐까요?
-모텔에 가서 키를 받고 방문을 여는 순간, 이국정서와 같은 것이 느껴지지 않나요? 낯선 느낌이 들면서 동시에 안락함이 느껴지는 것 같아요. 삶에서 도망치고 싶은 모습이 아닐까 합니다. 단절의 욕망.
^술을 키핑하는 것이랑 비슷하게 보이네요.
^술을 집에서 마셔도 되는데, 굳이 바에 술을 키핑해서 마신다는 건 집이 아닌 다른 곳에서 즐기고 싶은거죠.
^그럼 무엇이 현대인을 도망치고 싶도록 만드는 것일까요?
-집에서 나와 모텔을 가요. 벗어나고 싶어서. 그런데 동시에 나만의 공간을 바래요. 우리들만의 공간을 바라기도 하고요. 안정감을 위해서. 
-아파트는 근대건축에서 성공한 사례로 꼽히잖아요. 분리와 단절로 이루어진. 무엇으로 부터 단절되길 바라는 걸까요.
^아파트에서 내 집 앞에 혹은 옆집에 누군가 나와 비슷한 '사람'이 살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안정감을 받기도 해요. 혼자서 모텔을 갔는데, 한 모텔은 불이 다 꺼져있었고, 다른 모텔은 방에 불이 몇개 켜져 있었어요. 그래서 불이 켜져 있던 그 모텔로 갔었죠.
-도망이라는 단어가 공감이 가요. 도피를 하면서 또 다른 나만의 공간을 꿈꿔요. 외롭지만, 나만의 공간에서 살고 싶은거죠.
숨고 싶은거에요.
-예전 현대카드 광고에서 보면 카드를 보여주며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라는 메시지를 보여줬어요. 현대인들은 떠나고 싶어하죠. 레지던스나 모텔같은 적당한 사이즈의 방으로 떠나오고 싶어해요. 어쩌면 공공의 장소로 가는 것이 아니라, 돌아오는 것 같아요. 내 방으로 떠났다가, 공공의 장소로 돌아오는 거죠.
-적당한 사이즈라는 말이 공감이 가네요. 방 사이즈가 정말 넓다면, 그게 우리가 말하던 '방'으로써 기능할 수 있을까요?
^텔레비젼에 등장하는 부자들의 방은 엄청 넓어요. 그 안에서 뭐든지 할 수 있을 정도로.
^자신이 누릴 수 있을만큼의 사이즈가 있겠죠. 적당히 누릴만큼의 '방'은 있는 것 같아요. 부자들은 마음만 먹으면 방을 키울 수 있잖아요.
^우리같은 사람들이 방을 옮겨다닐때, 사이즈가 거기서 가기 아닌가요? 선택의 폭이 좀 다르죠. 적당히 꾸미면 되고.
^가변형의 벽이 있어요. 기둥이 외벽으로 빠져 있어서 가능한 기술이죠.
- 공중 화장실에서 변기가 있는 칸이 있잖아요. 그런데 그 칸이 운동장 만큼 넒다면, 불안하지 않을까요? 제대로 기능을 하지 못할 것 같아요.
^성남시청 시장실은 교실 4개를 합쳐놓은 것 만큼 크데요.
^그건 권력욕이 아닌가요.
^톨스토이 이야기가 생각나요. 파음이라는 농부가 있는데, 아내가 땅의 규모 가지고 바가지를 긁는 거에요. 그것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죠. 그런데 어느 날 나라에서 땅을 주겠다고 한거에요. 선착순으로 자신이 원하는 만큼 가질 수 있는데, 하룻동안 자신이 뛰어서 깃발을 꼽으면 그만큼의 땅을 가질 수 있는거였죠. 그래서 농부는 죽어라 뛰어서 땅을 가지려고 하다가 피를 토하며 죽고 결국 자신이 가질 수 있던 땅은 자신의 관이 묻힐 만큼의 땅이었던 거죠. 이 이야기를 보더라도, 한 인간이 살기에 정말 넓은 땅은 반드시 필요한 건 아닌 것 같아요.
- 지구가 지금의 지구보다 훨씬 크고 인구는 지금과 같다고 했을때, 아까 말했던 운동장 사이즈의 화장실이 가능했을까요?
- 저는 사실 큰집을 원해요. 숨바꼭질도 할 수 있는 그런 큰집
- 제가 살던 집이 18평이었는데, 친척이 초대를 해서 집에 갔더니 그 집은 80평이었어요. 그 집에서 놀다가 다시 집으로 돌아오니 살던 그 집이 너무 좁아 보이는 거에요. 큰집이 좋아보이기도 했죠. 그러다가 숙모한테 왜 집을 비교하냐며 혼이 났었어요.
- 그 '적당한' 사이즈의 집보다 크면 큰집이 되고, 작으면 작은 집으로 되는 것 같네요.
- 아 저는 좁고 더러워도 좋으니까 제 집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 '방'이라고 했을때, 뭔가 퇴폐적인 느낌이 든다는 생각을 했어요.예를 들어 누군가 자기 집에 초대하는데 '자취방'보다는 '오피스텔'같은 단어가 덜 퇴폐스럽달까요?
^하긴 뭔가 자취방이라고 하면, 반지하에 눅눅한 빨래가 널려있고 지저분한 생각이 들긴 하네요.
^나는 오피스텔이나 원룸이 더 야한데?
^쓰인지 얼마 되지 않은 단어들이라 '방'보다 세련된 느낌이 드는게 아닐까요?
^확실히 '방'보다는 '실'이라는 단어가 어감이 더 공적이고 있어보여요.
-'방'과 '실'의 차이를 물고 늘어지고 싶네요.

*그리고 '방'과 '실'의 어감의 차이에 대해서 이야기가 잠시 돌아다녔습니다.

- '방' 문화를 보면 그곳은 일단 손님의 소유는 아니잖아요. 그런데 손님들은 마치 그곳이 자신들의 공간인것처럼 안락함을 느낀단 말이에요. 자신들이 즐기는 공간과 물건들이 자신들의 것이 아니기에 책임감을 느끼는 것 누군가의 방에 들어갔을 때보다 덜하죠. 게다가 실제 누군가의 방이 아니기 때문에 사생활을 침입했다거나, 혼자 있고 싶다는 것도 없는 거죠. 아 이게 무슨 말인지 저도 모르겠어요. 
^공공 화장실을 보면 화장실은 사적인데, 공공화장실은 공적이죠. 그 쓰임새도 제각각이죠. 청소년들이 담배를 핀다거나, 가난하고 불타는 연인들이 이용할 수 있는 것이잖아요. 이렇게 보면 마치 공공의 방인것 같아요.
^공공이니까 내 것은 아닌데, 사적으로 쓰이는 것이 아닐까요.
^노래방은 우리들의 것은 아닌데 우리들의 것인양 노는 그런 걸 말하는 건가요?
^민택이 싸이 메인에 있는 그 말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지 모르겠지만,단어가 없다고 없는 것은 아니니까' 뭐 이런 것 같네요.

*그리고 택이 말하려고 한 것을 이해하기 위해 송이와 율리가 수고했습니다. 이 타이밍에서 한번 쉬었는데, 성인피씨방에 대해서 이야기가 나오다가, 그곳을 이용하는 어떤 아저씨가 9시간 동안이나 '방'에 들어갔는데, 부인이 있을까 없을까 있다면 부인에게 좋은 건 아닐까?와 같은 말이 오고 갔답니다.

-'방'은 안정감이 먼저 떠오르는 단어인데 또 한편으로는 왜 외로움이 있을까요?
^이중적이에요. 어디론가 벗어나서 혼자이고 싶은 모습. 스스로를 가두는 매력이랄까요.
^방으로 떠난다고 했을때, 공공으로 벗어나고 싶어하지만, 그게 사람에게서 벗어나고 싶어하는 것은 아닌 것 같아요. 내 방에서 내가 혼자라면, 누군가와 함께 하고 싶은 것처럼.
^혼자 떠나는 여행을 해봤는데, 역효과였어요. 뭔가를 채우고 싶은데 돌아올때 더 허전하더라고요.
- 루소가 '사람은 자연으로 돌아가야 한다'라는 말을 했어요. '방'으로 가는 행위는 자연으로의 플랜비가 아닐까요? 방은 정말 시멘트정글인 것 같아요. 사람에게는 최초의 지점으로 가고 싶어하는 욕망이 있잖아요. 그렇게 보았을때 '방'은 태초의 자연일수도.
- 교도소 죄수들에게 감방은 어떨까요?
^ '방'이라고 하면, 문을 제외한 모든 곳이 내 공간이고 그렇잖아요. 문은 상대방과 내가 쓸 수 있는 것이죠. 방에서 밖으로 통하는 유일한 통로이고요. 그런데 감방은 뭐랄까 '방'의 모습이 뒤바뀐 것 같아요. 문은 있는데, 벽이 없는거죠. 내 '방'이 절대로 될 수 없는거에요.
- '방'을 그래프로 그린다면, '방'의 테두리 안에 사회가 동그랗게 있고 어느 구석에 아주 작게 감방이 놓일 수 있을 것 같네요. 아니면 사회를 0이고 중심이라고 했을때, +로 쭉 크게 뻗어가는 것이 '방'이고 -로 빠지는 것이 감옥이고.

*그리고 잠시 수신제가치국평천하.가화만사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