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 다시, 봄. 첫 번째. (정리 : 윤율리)

090514, ‘봄’.

대원 : 봄의 시작에 대해 듣고 싶네요.
석자 : 사람들과 무언가를 함께 해나가기 위해 2007년 율리와 고민을 했었습니다.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고 시선을 교환할 필요를 느꼈고, 처음엔 주위의 친구들과 주로 사회 전반에 대한 토론을 나누다 봄의 공간을 얻음으로써 여기까지 오게 되었지요.
대원 : 민택씨는 언제 합류한거죠?
택 : 사실 얼마 안됐어요. 2007년 겨울 즈음 마침 이 곳에 방이 비어있었고, 전 작업실이 필요했어요. 율리랑은 원래 알고 있던 사이였고.
석자 : 처음에 민택이는 그냥 작업실만 쓴다고, 공과금도 안낼거라 버텼는데, 어느 날인가 갑자기 이불을 들고 오더라고.
대원 : 주축이라는 말이 조금 이상하긴 하지만, 철기씨도 그런 식으로 주축이 된 건가요?
택 : ‘주축’은 확실히 좀 어색해요. 살았던 사람으로서의 철기는 있지만. 그냥 좋아서 오다가 율리가 중간에 나가게 되었으니까 타이밍이 좋았죠.
대원 : 여기 가장 오래 있었던 사람들의 이야기가 궁금했어요. 예전에 이런 공간을 꿈꿨었는데 사실 사회 속의 작은 무리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란 느낌도 들어요. 동아리라던가. 뭐, 개인마다 다르겠지만 오히려 형식적인 측면같은게 있지요. 이 안에서만큼은 모두가 말을 놓아 보는 건 어때요? 서로 별명으로 불러보던가. 벽을 허물 수 있지 않을까요.
석자 : 예전에 사이에서 활동할 때 호칭에 대해 고민을 한 적이 있어요. 한비 같은 경우는 나이가 좀 더 많았지만 존댓말을 꼭 사용했고 그건 꽤 괜찮은 방식이었어요. 또 둘이 너무 친해 보이면 상대적으로 덜 친한 다른 사람들이 오히려 벽을 느낄 것 같아요. 존중이라는 측면에서 나이와 관계없이 서로 존대를 하는 게 암묵적인 룰처럼 쓰여 왔던 것 같네요. 지금은 아무래도 생활적인 측면이라 이게.
대원 : 사실 며칠 전 하이서울 페스티벌에 갔을 때 한국말을 할 줄 아는 외국 애들이 바로 말을 놓더군요. 금세 친해질 수 있어서 그게 참 좋아 보였거든요. 서로 조금 더 많은 걸 드러낼 수 있는 가능성이지 않나요. 그런 틀이 잡혀있지 않은 상태에서는 주축 몇 명이 빠지고 나면 봄이 없어지고 말 수도 있어요.
택 : 그럼 봄에 오는 사람들이 소위 주축 멤버들의 ‘인맥’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대원 : 글쎄요, 왔다가 친해지기도 하고 친해져서 오기도 하고.
택 : 집에 사는 사람으로서 밖에서 봄 안의 인간관계는 어떻게 보일지 궁금해요.
대원 : 아무 때나 연락 없이 잘 놀러왔던 편인데, 저 같은 사람도 있긴 있나요?
택 : 아무래도 집들이 가깝지 않다보니 흔한 경우는 아니지만 종종 있지요.
대원 : 이야기가 좀 샜네요.
택 : 그럼 솔직하게 물었을 때, 대원씨가 봄에 자주 들렀던 이유는 무엇인가요?
대원 : 집도 가깝고 여러 가지 얘기들을 함께 나누고 싶었어요. 고민을 많이 했었는데 내가 사람 사귀는 법을 잊어버린 건지 다가가기 쉽지 않았어요. 그 하나가 존대라고 생각했었고. 여러 외국어들을 접할 때 항상 우리말에 불만이던 부분이었죠. 그리고 조금 더 적극적으로 봄을 드러내어서 보다 다양한 사람들이 모일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석자 : 하지만 대원씨가 봄에서 만난 사람들이 사실 봄에 오래 있었던 사람들이진 않아요. 저만 해도 불과 한 달간 여행을 다녀오고 나서 봄에 새로운 분들이 이렇게 많이 늘고 있구나, 하는 생각에 깜짝 놀랐어요. 많은 사람들이 있지만 그들이 종종 너무 정체되어 있다는 건 분명 문제에요.
대원 : 왜 사람들이 자기 얘기를 꺼내 놓을 때 어려움을 겪을까요?
석자 : 항상 하는 고민이긴 하지만 적극적인 자발성이 없다면 사실 해소되기 힘든 문제겠지요.
악산 : 그럼 처음 온 사람한테 물어 볼까요?
윤석 : 이런 분위기가 처음이라 뭐라 말해야 할지 아직 잘 모르겠어요. 처음 만났을 때 외모들도 다 너무 인상적이셨고요. 하지만 확실히 이 공간에서는 무엇이든 자유롭게 풀어놓을 수 있다, 라는 느낌이 들어요.
대원 : 이곳만의 독특한 분위기가 분명 있어요. 뭐든 얘기할 수 있는데도 선뜻 할 수 없는 게 그것 때문인 것 같아요.
악산 : 말을 굳이 꺼내지 않아도 서로 생각을 하고 공감대를 느낀다면 크게 문제이진 않아요. 그런데 세미나 안에서 정리가 안 되는 느낌이 있어요. 핀트가 어긋날 때가 많아요. 공통된 텍스트 같은 걸 기반으로 얘기해 보면 어떨까요. 가령 ‘바퀴’같은 주제는 너무 선문답 같았지요. 존재론적인 정의를 내려야 할 것만 같고. 주제 자체도 즉흥적으로 정하기보다는 충분한 토의가 필요해요. 최근의 주제들은 불만족스러웠어요. 거주인이 항상 무언가에 앞장서게 되는 건 어쩔 수 없는 부분인 것 같고.
택 : 예컨대 처음에는 ‘천원 나답게 쓰기’나 ‘인형 만들기’ 세미나 같은 게 있었어요. 이런 경우에 어떤 보임의 시선을 나눈다기보다는 단지 주제에 나를 투영하는 듯한 느낌이었지만, 접근하는 방식이 다양하다면 그만큼 더 즐거울 거예요. 
악산 : 어느 정도 일상적인 접근방식을 몇 가지 정해 놓고 세미나 시간에 구체적인 것들을 좀 더 꺼내보면 좋을 것 같네요. 이런 매뉴얼이 생긴다면 핵심 멤버 몇이 없다고 해도 세미나의 기복이 줄어들 거예요. 너무 불분명하고 답이 없는 세미나는 재미없잖아요.
석자 : 확실히 주제에 따라 분위기나 호응도가 달라져요. 하지만 주제가 너무 작아지면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부분이 명백히 작아져요. 그래서 서로의 참신한 아이디어를 공유하기 힘들어진다는 단점이 있죠. 악산의 말처럼 주제 아래에 소주제를 정해 보는 정도가 좋겠어요. 참여자들이 꼭 말로 무언가를 표현할 필요는 없겠지만 주제도 참여자들을 배려해야 하니까.
악산 : 정리자의 입장에서도 소주제는 필요하죠. 사실 우린 재밌는 얘기들을 정말 많이 하니까, 이런 걸 다 허공에 날려버리긴 아깝잖아요? 소주제와 그에 따른 형식들이 좀 잡힌다면 이런 부분이 많이 쉬워지겠죠.

세미나 기록자 율리의 정리 1. - 분위기의 압도, 그리고 매뉴얼에 대한 고민.

악산 : 공감 가는 말이에요. 특히 민택이가 너무 힘들어하고 있지요, 거주자로서 중심을 잡는 문제에 대해서. 율리와 택의 부담이 너무 커지는 느낌이라 매뉴얼이 이들을 도울 수 있지 않을까요. 개인적으로는 이런 것들이 봄의 가능성에 대한 제약이라고 보지 않아요. 오히려 틀이 정해져 있다면 그 틀에 대해서 창의적인 생각들이 더 나올 수 있을 겁니다.
대원 : 하나의 방법으로 작은 통 같은걸 만들어서 그간 자기가 고민해 왔던 것을 적어서 넣어두는 거죠. 공통분모가 잡힌다 싶으면 세미나 주제로 채택할 수도 있고. 너무 즉흥적인 주제 채택이 좋지 않아요.
대택 : 대원씨 아이디어처럼 자기 목소리를 좀 더 편히 낼 수 있다면 좋을 것 같아요. 또 한 가지 중요한 것이 있다면 세미나 안에서 다양한 창작물들이 나와 주어야 해요. 결과물이 놓이게 됨으로써 참여감과 유대감도 증대되겠죠. 세미나를 휘발시키지 않고 정말 의미 있게 만들려면 정말로 서로 작품들을 쏟아내야 해요. 이건 봄에서 항상 문제였는데 아직도 해소되지 않고 있어요. 우리의 게으름이 문제인 걸까요?
석자 : 익명 게시판 같은 게 제대로 굴러가는 꼴을 본 적이 없어요.

세미나 기록자 율리의 정리 2. - 게시판 아이디어와 결과물을 위한 구조.

석자 : 세미나가 일주일에 한 번이다 보니 탄력이 많이 떨어져요. 연속성의 문제가 크죠. 우리의 고민이 일주일 내내 유지되는 건 아니잖아요.
악산 : 그리고 학교를 다니고 있는 사람들은 확실히 제약이 커요. 뭔가 공동으로 작업을 해서 결과를 낸다는 건 좋지만 이 사람들에게는 무리가 있을 수 있어요. 아예 방학 때 프로젝트 같은 형식으로 진행된다면 모를까. 그 외의 것들이라면.. 봄들이 파티의 횟수를 조금 늘려보면 어떨까요. 가령 일정한 분기마다 세미나의 결과물들을 함께 전시하고요. 물론 이 때에도 자발적인 참여가 문제겠지만.

세미나 기록자 율리의 정리 3. - 봄들이 파티, 첫 번째에서 드러났던 문제점.

석자 : 파티나 전시가 아닌 프레젠테이션은 어떨까요. 마치 쇼나 발표처럼 자연스럽게.
엘지 : 일주일이라는 간격에 대해 이야기 했었잖아요? 그런데 팀을 나누고 결과물을 기다려주는 시간을 좀 두어서 석자가 말한 프레젠테이션으로 끌고 가보는 것도 좋죠.
악산 : 하지만 세미나 때마다 사람들이 많이 바뀐다는 문제가 있지.
엘지 : 그 사람들은 그 사람들 나름대로.
지숙 : 자발적으로 팀을 짜서 진행한다면 재밌을 것 같아요.
대원 : 일본 영화를 무료로 틀어주는 상영회에 갔었어요. 좋아하는 배우나 영화에 대해 써 내는 설문지가 있더군요. 봄에 오는 사람들에게도 그런 기회를 주어 보는 게 어때요?
악산 : 온라인 커뮤니티를 그런 쪽으로 활성화 시키면 좋겠네요. 게시판이나 폴더를 만들어서 상시적으로 서로 자료나 의견을 나누고 피드백을 공유할 수 있도록.
대원 : 세미나에서 나왔던 얘기들을 뒤풀이로 끌고 가면서 화장실 같은 곳에 비밀 모금함을 만들어 봅시다. 술값이나 유지비를 돕는 측면에서. 그런 부분을 참여자들이 함께 후원해줬으면 좋겠는데.
악산 : 근데 지금 모금함이 아직 있어요.
석자 : 세미나 자체를 정리하자면, 소주제가 필요하다는 것. 그리고 세미나를 풀어내는 방법. 그리고 결과물로 이어지는 과정에 대한 것. 이 이야기가 끝나고 봄이라는 공간 자체에 대해서도 얘기를 해봐야할 것 같아요.
태헌 : 근데 세미나가 뭐에요?
석자 : 일반적으로 학술세미나를 세미나로 통칭하는데, 우리는 일상적인 이야기를 풀어내는 자기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는 모임이에요. 
태헌 : 그런데 강제성이 떨어지네요. 결과물에 대한 것은 중요해요. 난 널 사랑해 석자. 알아요? 어떻게 알아요? 
율리 : 그런 건 모르는 게 낫죠.
태헌 : 그래도 그런 상황에서 선물을 준다고 칩시다. 바라만 봐도 뿌듯한 커플링 같은. 사랑 하는구나, 하고 알잖아요?
악산 : 그럼 그 방안에 대해서 정리하고 공간에 관한 주제로 넘어가 볼까요.
석자 : 소주제를 정하는 것부터.
태헌 : 일단 한번 겪는 게 중요하잖아요. 뭐든 해봐요.
율리 : 퍼포먼스 프로젝트를 세미나에서 분리해서 정리해 놨어요. 홈페이지에 올릴 테니 같이 고민해 봐요.
태헌 : 자신의 취미 같은 걸 하나씩 가져와서 즐기면 어떨까요. 참여도가 높으면 재밌을 것 같은데. 쫓기는 분위기가 생기면 개떡 같고 스트레스 생기니까 참여도 있는 걸 만듭시다.
율리 : 퍼포먼스 같은 경우는 몸을 매개로 같이 놀아보자는 콘셉트에요. 아, 근데 좀 야한가.
석자 : 그런 건 담당을 좀 나눴으면 좋겠어요. 자발성이 가장 중요하긴 하지만 우리가 언제나 자발적인 건 아니었으니까. 일의 추진력이 생기지 않을까요? 그러니까 그런 부분을 매뉴얼로 구성하면 좋겠어요.
율리 : 나는 요즘 갈증을 느껴요. 너무 늘어져 있지 않은가 싶고. 얘기가 이 정도로 나올 정도면 모두가 공감하는 사안이라고 생각해요. 말로 쏟아내기보다도 움직이는 행동력이 생겼으면 좋겠네요.


아아디어 정리.

1. 익명 통, 온라인에서 만들기.
2-1. 노동의 날 제정.
2-2. 일일찻집 개설.
3. 공간안내이용 - 화장실에?
4. 모금함을 불투명하게.
5. 포스트-잇 방명록.
6. 주제 정하기 - 기존에 주제를 정하던 방식으로 이야기를 나누며 정하되, 즉흥적으로 떠올린 단어들 중에서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익명게시판에 올라온 소스들을 활용한다.
7. 세미나와 관련된 결과물 - 기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어떤 주제의 몇 주차 세미나와 관련된 무슨 작업을 진행 중이다’라는 과정에 대해 공표하고, 결과물 만들기에 좀 더 노력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