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길거리. 첫 번째. (정리 : 쌀)

쌀 : '길거리' 제안한 사람이 누구였죠?

송이 : 처음 꺼낸건 민택씨일거예요. 길거리 문화를 하려고 했는데, 문화에 국한되니까 길, 거리로 해보자 그랫죠.
택 : 그럼 딴거 할래, 라고 했는데 이게 되버렸어. 역시 민주주의는... (웃음)
철기 : 길거리... 이것도 물과 비슷하다.
쌀 : 어떤 점에서?
철기 : 뭔가 계속 나올 것 같은...
택 : 사실 그럼 짱이지.
송이 : 거리는 일단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장소니까, 대부분의 것들이 불특정 : 다수를 향해서 존재한다. 사람들도 불특정다수를 신경써야 하는 공간인 것 같다.
쌀 : 지하철이랑 비슷하네? 근데 거리는 넓은 공간이라 의식을 안하는 측면도 있지 않나요?
송이 : 의식을 안하더라도, 모르는 사람이 많고 그들이 불특정다수라는 점에서... 그냥 길거리, 라고 했을 때에는 불특정다수를 고려해야 하는 공간이라는게 떠올랐거든요.
택 : 음... 불특정다수를 고려해야 하는 공간. 저는 좀 다르게 생각해요. 예를 들어 쓰레기는, 내가 취득하고 버리는 순간 내 흔적이 묻어나게 되는 것인데, 거리도 누구나 다 거쳐가는 공간이잖아요. 걸어가고 지나가는데, 쓰레기와 달리 흔적이 안 남죠. 그래서 길이라는 공간은 우리가 선택하기 이전에 이미 존재했기 때문에 우리가 가는 것 같아요. 송이씨는 불특정다수가 가는 공간이라고 했지만, 길은 선택 이전에 불특정다수가 간다는 사실도 알지 못하고 차갑고 거리가 느껴져요.
지민 : 저는 버스 정류장이 떠오르는데요. 그 안에서 일어났던 기억이나 추억의 형태로 흔적이 남듯이 길도 그런 것이 아닐까 싶네요.
철기 : 길은 지워지지 않는 역사의 흔적...이라고 생각하는데(일제히 탄성). 처음에 지구가 생겨나고, 원시인들이 직립보행을 하면서 ‘길’이라는 개념이 있기 전에 누군가가 어떤 곳을 지나가면 다른 사람도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그곳을 지나가기 시작하죠. 아무리 초목이 우거진 곳이라도 그런 방식으로 길이 생겨나게 된다. 풀이 없어지고, 사람이 다닐 수 있는 통로가 되죠.
길은 우리 선조가 만든 이후로 잘 없어지지 않는다. 없어진 것도 있지만, 옛날의 길 가운데 상당수가 오늘도 남아 있다. 고속도로가 되기도 하고, 국도가 되기도 하면서... 지워지지 않는 사람들의 이동 경로, 흔적, 역사.
택 : 음... 예전에 길이 다른 공간들과 구분이 되지 않았다. 그건 평평하고 넓은 땅이 길의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인데, 요즘은 건물들 때문에 길이 규정되게 된다. 건물이 들어서면서 사람이 지나다닐 수 있는 공간이 제한되면서, 인간이 떠서 다니지 않는 이상 막힐 수밖에 없다. 처음 생각했던 것처럼 누군가 만들어놓았던, 그것이 역사에 관한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래서 살갑지 않게 느껴진다.
쌀 : 나는 길이 역사성을 가진다는 이야기에는 공감이 되요. 옛날 길과 오늘날 길은 다르지만, 보통 예전에 있던 길 위에 철로나 도로 같은 새 길을 낸다. 그런 것을 보면 차곡차곡 쌓이면서 변형이 되는 맥락이 있는 것 같고, 그런 걸 읽어내면 차가운 길도 따뜻하게 보일 수 있을 것 같은데. 내가 예전에 이 길을 걷던 냄새, 느낌 같은 것들이 있으니까. 택씨가 말한 차가움은 없던 길을 갑작스럽게 만들고, 있던 길을 덮어버리는 것과 같은 행위에서 나오는 게 아닐까 싶어요.
송이 : 사람이 걸어서 길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길을 만들었기 때문에 그곳으로 가는... 요즘은 그런 식인 것 같아요.
택 어떻게 보면 역사적인 맥락에서 살가움을 느끼기 어려운 건, 길이 생겼다고 할 때 그것이 가지는 편리함이나 안전함 같은 계획된 목적이 있으니까 계산성이나 정리된 치밀함 같은 것 때문에.... 또 석유 찌꺼기인 아스팔트로 길을 만들거나 하는 것 때문에 길이 살갑게 느껴지지 않았던 것 같다.
지은 : 한편으로는 길이 마을과 마을, 집과 집을 연결하는 수단으로서 사람과의 소통을 유도한다는 점에서 따뜻하게 느껴지는 것 같기도 하다. 소통을 한다는 것은 길을 뚫는다는 것으로 생각할 수도 있으니까.
송이 : 저는 길보다는 거리보다는 말에 더 주목을 했어요. 불특정다수를 고려해야한다는 것도 그런 맥락에서 한 말인데, 거리는 낯선사람들과 섞여서 쓰는 공간이기 때문에 은연중에 소통이 일어나고 길거리 공연 같은 것으로 구체화되기도 하구요. 그래서 따뜻한 느낌이 들기도 해요.
다케 처음 길을 생각했을때, 인위적으로 만들어졌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자연스럽게 만들어졌다고 저는 생각했거든요. 사람들이 마을을 이루고 농사를 짓고 정착생활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그 사이에서 길이 생겨났으니까 인위적이라기보다는 자연스럽게 생겨났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쌀 : 거리에서 보통 뭘 하죠? 가는 것 말고
철기 : 구걸...
지은 : 난 사람 관찰하는데.
택 : 가지 않을 때는 앉으려고 하죠. 가는 것 아니면, 서는 것. 둘 중 하나 아닌가요?
다혜 : 거리에서 서 있는 사람보다는 이동하는 사람이 대부분인 것 같은데.
송이 : 아니면 그냥 걷기도 하고. 목적지가 없어도. 길 위에서 길을 향한 목적성은 없는 것 같아요.
택 : 그렇다보니까 홍대 근처에는 거리도 많고, 상점도 있는데, 그런 것을 길거리 문화라고 부르잖아요. 근데 길거리 문화에 ‘언더’의 느낌이 나는 이유는 결국 그 목적의 차이가 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어요. 길거리 공연을 원하는 사람도 있지만, 길은 어떤 목적지로 가는 와중에 잠깐 지나가는 것이니까 그런 공연은 지나가면서 스쳐 보는 것 이상이 되지 못한다. 
지은 : 근데 ‘거리’의 뜻을 아는 사람이 있나요? 제 생각엔 road보다는 street에 가까운 의미 같은데, 단순한 거리나 공간이 아니라 그곳의 문화까지 합쳐진 개념으로 다가온다. 신사 가로숲길도 원래는 거리였다. 인사동거리나 홍대거리라던가... 생각해보면 거리의 의미가 단순한 ‘길’이 아니라 근처에 있는 것까지 포괄하는 단어 같다.
택 : 근대적인 개념 같다. 길이 있고 사람들이 많이 다니다보니까 상가가 생겨나고...
철기 : 하지만 옛날에도 저잣거리라는 말이 있지 않았나? 굳이 따지고 들자면 거리도 ‘길’ 안에 포함되는 것이고, 삼거리나 사거리를 생각해보면 주변 건물이나 환경 같은 것이 없어도 사람들이 갈 수 있다면 그것이 거리가 아닐까 싶은데.
택 : 그러면 지금 우리끼리 이야기에서는, 길은 혼자 가는 것이고 거리는 다른 사람들이 있는 것? 그렇게 볼 수 있나요? 서서 공연을 즐긴다던가, 상점이 있다는 게 거리고...
지은 : 문화성을 띄는 것 같아요. 
송이 : 혼자 가는 것이 아니라 거리 가운데 길도 있는거죠.
지은 : 혹은 길이 있으면 거리가 생긴다거나. 문화가 형성된 길이 거리가 되는 것 같아요.
쌀 : 길이 더 넓은 개념 아닌가?
철기 : 스트릿과 로드는 다른 개념인가?
택 : 영어에서 스트릿과 로드의 차이는, 스트릿은 걸어다닌 곳이고 로드는 차로 다니는 걸거예요 아마. 미국은 블록으로 나누어져 있지만 차가 다니는 길, 걷는 길이 있거든요. 스트릿과 애비뉴가 가로세로 개념으로 정해져 있고 로드는 차가 다니고.
송이 : 의미를 따지면 길이 거리보다 포괄적인 건데, 장소로 따질 때에는 거리문화를 다 포함한 것 안에 상점도 있고 길도 있고...
지은 : 아, 지금 사전을 찾아봤는데요. 옆에 빌딩들이 있는 길이 스트릿이고, 로드는 좀 더 포괄적인 게 아닌가 싶어요.
쌀 : 근데 사실 우리가 스트릿이나 로드니 하는 영어를 가지고 이야기를 하는것보다는 우리 나름의 개념을 가지고 분석을 하는게 낫지 않을까.
다혜 : 길이나 거리를 따로 놓고 보았을 때에는 부정적인 이미지, 차가운 이미지가 없는데. 길거리라고 하면 안좋은 분위기를 느낀다. 납치, 강간을 당하고, 삥을 뜯기고.. 
철기 : 길바닥에 나앉다. 길바닥에서 구걸하다...
지은 : 집 없는 느낌.
택 : 그건 그냥 단어선택의 차이 아닌가? 거리의 부랑아. 이런 것도 있고.
다혜 : 아 그러니까 그렇게 생각이 들었다구요.
철기 : 거리라는 말의 느낌은... 거리의 악사랑 예술의 전당 악사는 많이 다르잖아요. 거리라고 하면, 왠지 모두에게 쉽게 다가설 수 있고 함께 즐길 수 있는 열린 공간이라는 생각이 되요. 그러니까 더러움도 있고... 부정적인 것도 담길 수밖에 없는.
지은 : 길은 가고 오는 것에 초점을 맞추는 것 같다. 영화 감독 중에 빌 에반스나 배우 중에 리버 피닉스 같은 사람들은, 로드 무비를 많이 찍어서 길 위의 부랑자라고 불리는데 ‘거리의~’라고 부르지는 않는다. 문화를 형성하거나 오고 가는 것만이 아닌 다른 행위를 하는 곳을 거리라고 붙이는 것도 같다.
택 : 길이나 거리에 대해서 차이점을 모르는데도 여태까지는 길은 도시의 차가움을 말한 반면에 거리는 도시 안에서의 따뜻한 인간미를 찾을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왔는데... 그런 것인가?
지은 : 굳이 도시라고 한정할 수 있나?
지민 : 맞다. 도시만 있는 것이 아니잖아.
택 : 그럼 도시 밖에 거리가 있을 수도 있나?
송이 : 시장통도 있고...
철기 : 여기서는 빌딩이나 현대적인 것만이 아니라, 사람들 중심으로 봐야 할 것 같다. 시골에서도 분명히 저잣거리가 북적이는 공간, 도시와 같은 공간 아닌가.
지은 : 그럼 사람들이 오고가기 때문에 도시 개념인가? 아니면 군집하기 때문에?

쌀 : 도시 이야기가 나왔는데, 도시/시골 나누는 것보다는 길과 거리를 나눌 필요가 있는지부터 따져보는 게 어떨까?
송이 : 오늘 주제 자체가 길, 거리가 아니라 사실은 ‘거리’거든요. 근데 ‘걸이’랑 ‘거리’랑 오해할 것 같아서 ‘길’을 붙인 것 뿐이예요. 
택 : 하지만 이야기하다보니까 길과 거리의 차이점이 발견되었고 거기에 동의하는 사람들이 분명히 있었다는 것이 신기하지 않나?
다혜 : 거리는 사람이 없으면 없어지는, 사람을 위해서 있는 것이고 사람이 중심이 돼서 거리가 존재하는 것 같다.
송이 : 좀 더 많은 사람들이 다니는 곳에 거리가 형성되는 것 같다.
택 : 거리는 길보다 좀 더 북적이는?
지은 : 숲길은 있어도 ‘숲거리’라는 말은 없으니까.
택 : 글쎄 숲거리가 왜 안될까?
송이 : 그 말이 성립불가능해서 안 쓰는 것이 아니라, 거리라는 말 자체를 숲 뒤에 붙일 이유가 없는 것이죠. 만약 숲도 사람들이 많이 모여다니는 곳이라면 거리라는 말이 쓰이기도 하겠죠. 숲에는 사실상 다른 곳으로 통하는 공간으로서의 길만 있지 모여서 뭔갈 하는 목적적인 길은 없으니까. 거리라는 말을 안 붙이는 것 같다.
다케 : 아까 철기가 잠깐 이야기 했는데, 길이라고 하면 쭉 뻗은게 생각난다? 삼거리 사거리 처럼 거리는 어떤 곳으로든 방향이 있는 것인데.
지은 : 저도 비슷한 이미지가 떠올라요. 우리가 말하는 거리는 인사동 문화의 거리, 이런 느김에 같은 것 같다.
택 : 발음이나 소리 같은 것의 차이가 있지 않나? 숲길, 숲거리...
송이 : 숲거리라는 말이 책에도 잘 안 나오고 안 쓰는 이유는 아까도 말했듯이 숲은 모이는 장소나 북적대는 느낌이 없으니까 안 쓰는 것 아닌가?
쌀 : 길은 한글인데 거리는 한자 아닌가?
철기 : 거리도 순한글...
쌀 : 그런가?
택 : 어차피 우린 지금 단어의 뜻을 정확히 알고자 하는 것은 아니니까.

쌀 : 이쯤에서 정리를 했으면 좋겠는데. 길은 이동을 위해서 필요한 다닐 수 있는 공간이고, 거리는 뭔가 문화적이고 인위적인 요소가 들어가는 것 같다.
근데 아까 숲 이야기 들으면서 숲에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그래도 그것을 거리라고 부르지 않는 이유는 인위적인, 문화적인 활동이 일어나지 않는 다른 형태의 활동들이 일어나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그래서 우리가 오늘 다루려는 것이 가능성의 공간으로서 길에 주목하는 것이었는데 그런 점에 대해서 논의를 더 해보고 싶다.
특히 내가 해보고 싶은 것은, 무엇이 길을 거리로 만드는가? 이건데. 문화적인 활동, 인위적인 활동이란 건 대체 뭔가? 이런 것들.
왜 숲길이라고 할까? 어떤 활동이 일어나기 때문에, 어떤 활동이 일어나지 않기 때문에 그렇게 부르는 것 같은데.
지은 : 길 위에 거리가 형성이 되기 때문이 아닐까요? (27: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