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3. 지하철에 대한 작업 구상안 (권민택)

세미나에서 진행되었던 내용들 중에서 지하철에서의 분위기와 그 안에 있는 나를 관련지어 이미지 작업들과 누구나 행위자와 참여자가 될 수 있는 퍼포먼스와 같은 것들을 떠올렸다.

내가 본 지하철에서는 누구나 어디로든 함께 가고 있음이 분명한데, 어디까지나 나만이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아니 지상세계가 아닌 지하세계에 있는 나는 그저 눈이 달려 있고 볼 수 있어 쳐다보고 있는 그런 사람일 뿐이었다.
어디까지나 1인칭만이 크게 작용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그리고 지하철 내부에 있는 광고들이나 자동문이나 의자와 같은 것들은 분명 어느 기준에 의해 측정된 사이즈로 어느 칸이나 똑같이 만들어져 있었다. 
분명 기준에 쓰였을 '운송대상 1호'가 있다. 그 1호는 누구들이든 될 수 있으면서 누구도 될 수 없다. 지하철이라는 도구 안에 도구로 맞추어진 사이즈에 우리는 비집고 들어가는 것인가 아니면 우리 몸을 도구화 시켜 목적지에 이르게 할 뿐인가. 

지하철은 도심 지하에서 사람들을 원하는 목적지까지 빠르게 운송하는 운송 기구임은 틀림없다. 게다가 운송수단에 실리는 사람들은 어쩌면 운송대상들일 뿐이다.  최대한 빠르고 안전하게만 운송하면 되는 것이다. 
어쩌면 인터넷 네크워크 안에서 돌아가니는 무수한 전송 파일들과 그리 다르지 않는 것 같다.
지하철은 인터넷이고 운송대상인 사람들, 우리들은 전송 파일들이다.
그 안에 우리에게 있을 해프닝이나 이벤트와 같은 사건들은 버퍼링과 같다. 

지하철은 지하에 있고 운송 수단이며 누구나 이용하고 있지만 출발점과 목적지, 그리고 지하철에 같이 있는 사람들과 '나'는 떨어져 있는 것 같다.  분명 과정에 속해있고 나와 떨어뜨릴 수 없는 관계들 안에 있을 것이다. 
그래서 그 연결 고리들을 찾아보려 이미지와 퍼포먼스 같은 것으로 구상하였다.

이미지: 인터넷과 비슷한 성향이 강한만큼 실제 인터넷 전송 과정 이미지를 지하철로 대신하고 전송되는 과정에서 사람들을 쓴다. 사람이 희미한 상태에서 점점 뚜렷해 지는 것이다. 

또 하나는 전송되는 것은 인터넷 뿐만이 아니라 오프라인에서 역시 가능하므로 폴더와 비슷한 모양인 파일이나 편지봉투, 택배용 포장과 같은 것들 안에 지하철에서 있었던 내 시각들과 관점들을 담는 것이다. 
예를 들자면 파일을 펼치면 왼쪽 면에는 지하철에서 보이는 것들을 사실 적으로 담고 오른 쪽 면에는 각종 사인들을 넣는다. 화장실이나 노약자 석에 있는 사인들은 우리가 누구이기 이전에 우리를 그 사인의 상태로 만들어 버리는 것 같기에 왼쪽에 있는 그림, 사진들과 오른쪽에 있는 사인들은 파일을 덮을 때 겹쳐지게 한다. 실제의 사람들이 지하철과 같은 운송 수단으로의 파일안에 사인들과 겹쳐지게 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는 지하철뿐만이 아니라 화장실, 공중전화와 같은 1인칭만이 크게 작용하는 공간에서의 이벤트이다. 누군가는 분명 누군가를 보고 있다. 그 안에는 나 역시 보여지고 있음에 대한 의식이 보고 있다는 것보다 작게 있다. 분명 있으나 그저 보고 있던 경험들이 많이 않을까 한다. 
1인칭이 크게 작용하고 있는 공간마다 모니터와 카메라가 있다.
누군가는 지하철에서 졸고 있는 모습을 공중전화에서 보며 웃을 수 있다.
어쩌면 지하철에서 졸고 있는 사람은 공중전화에서 웃고 있는 사람이 재미가 없거나 피곤해서 자고 있는 지도 모르는 상황을 만드는 것이다. 
누군가 일방적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보여질 수 있다는 것까지 연결짓고 관계고리들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그런 상황들을 떠올리다 이런 식으로 생각이 들었다. 분명 지상세계와 지하세계, 그리고 그 과정들을 연결지을 수는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에서.

ps. 정리하지 않고 일단 세미나에 얘기했던 내용들을 떠올리며 막 적어봤어요. 직접적인 결과물은 아니지만 작업이 늦은만큼 구상안을 먼저 올립니다.
이미지 작업은 어떻게든 분명 마칠 것인데 날짜는 정확히 모르겠어요.

최대한 게으름을 물리치고 걸쭉한 아이디어들만 묶어서 올리겠습니다.